[김용수 수필] 구월이 오는 가을소리 들으며

관리자 2019-08-27 (화) 15:57 4년전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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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시인>

 

구월이 오는 가을소리가 풍요로우면서도 서글프다. 붉게 타는 해가 서쪽하늘을 곱게 물들이고 있는 저녁이다. 하루를 태우고 난 태양이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가을풍경을 바라본다. 자신도 모르는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아마도 가을 탓일 것이다. 아니다. 젊음이 익어가는 그 눈빛에 고요가 흐르고 가을꽃이 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더기로 피는 들국화와 코스모스의 향연은 천상 가을을 상징하는가 싶다. 한 송이의 꽃으로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무더기로 피어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도우미 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연약함을 서로서로가 기대고 의지하면서 피워내는 꽃무더기! 들국화군락이다. 코스모스군락이다. 모두가 군락을 이루고 피어나는 꽃무리처럼 소통과 화합을 이뤘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가을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과 패티 김의 구월의 노래등이 전파를 타고 흐른다. 계절의 둔탁함 속에서도 구월이 오는 가을소리를 듣는 청각은 유난히도 밝다.

 

지난주였다. 패티 김의 구월의 노래를 들었다. 괜한 서글픔이 배어났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가을사연도 없는 서글픔이었다. 문득, 인생가을의 서글픔이 밀려오는 듯 했다. 아마도 겨울을 준비하는 여정에서 파생된 여유였을 것이다.

 

구월의 노랫말을 인용해 보면 구월이 오는 소리를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와 꽃잎이 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로수에 나무 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이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데선가 부르는 듯 당신을 생각뿐게다가 낙엽을 밟는 소리를 다시 들으면, 사랑이 오는 소리와 사랑이 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남겨준 한마디가 또다시 생각나, 그리움에 젖어도 낙엽은 지고, 사랑을 할 때면 그 누구라도, 쓸쓸한 거리에서 만나고 싶은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애정을 노래하는 것 같지만 계절감과 인생관을 비유하면 매우 다양한 함수를 지니고 있다. 익어가는 인생관과 짙어가는 계절감에서 묻어나는 서글픔이다. 겉으로는 낭만을 즐기고 있다지만 속으로는 인생 무상함에 젖고 있는 것이다. 청춘은 살아보고 지나쳐 왔지만 익년은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 익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오늘아침 비보가 날아들었다. 필자가 사랑한 아우가 뇌출혈로 쓰러져 s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이다. 즉시, 병원으로 향해 면회를 했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할 뿐, 의식불명이었다. 주치의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현 상황은 뇌사상태고 깨어날 수 없다고 했다. 살릴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너무도 허무하고 슬픈 삶이었다.

 

그는 30대에 교통사고로 한쪽 발을 잃고 장애인으로 근면성실하게 살아온 한가정의 가장이었다. 그의 삶은 우여곡절이 심했다. 젊은 날의 사업실패로 죽음의 늪을 헤맸는가 하면 한쪽 다리를 잃은 소외감으로 일평생을 그늘에서 살아온 나날이었다. 살을 찢는 아픔과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면서 살아온 삶, 쉰 세 살에 나이테가 애섪지 않는가! 그 삶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슬픔에 사로잡힌다.

 

구월이 오는 소리

패티 김 노랫소리였으면

팔월이 가는 소리

석양빛 물든 소리였으면

구월이 구르는 소리

눈빛이 빛나는 소리였으면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아직도 피지 못한 저 아우의 생명을 지켜 주시길 간절하게 기원하고 기원한다. 구월이 오는 가을소리 들으며 잠을 이 루지 못한 밤, 가을밤이 서럽다.

 

며칠 지나면 구월이다. 들국화 피어나고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가을 길을 찾는 인파들이 눈에 선하다. 그들은 가을나들이를 하면서 수많은 이야기꽃을 피운다. 지워지지 않는 추억담과 잊지 못할 정담 등으로 말 꽃은 무수하게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 그 흔한 사랑이야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구월이 구르는 가을소리 듣노라면 민초들의 삶이 펼쳐진다. 그들의 삶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쟁을 일삼고 있는 위정자들은 오늘도 국민을 우롱하는 혓바닥 싸움이다. 일본을 비롯해 열강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는 시국인데도 자신들의 영달만을 위한 당리당략에 급급하고 있다. 소통하는 위정자는 없을까? 화합하는 위정자는 없을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위정자는 없을까?

 

올바른 눈빛으로 바라보는 위정자와 빛나는 구월이 구르는 소리를 내는 위정자를 찾고 싶다. 다함께 기대해 보아도 될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