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수필] ‘그 밥에 그 나물’의 위정자

관리자 2019-07-24 (수) 07:53 4년전 902  


aa515797cb2f18c1dcc645546a34ec2e_1563922383_6308.png

<김용수 시인> 

 

한반도 여의도동

시꺼먼 가마솥이 끓고 있다

부글부글 요란스럽게 끓고 있다

 

간척지 기름진 쌀

정성들여 문지르고

지하수 맑은 물로

씻어 앉힌 가마솥이 펄펄 끓고 있다

 

단군 할아버지 할머니는

애간장 태우다 태우다가 지쳐

마른눈물 삼키며

목에 걸린 설움을

가마솥 뚜껑 틈새로 흘리고 있다

 

한 방울 또르르 굴리며 하는 말

다투지 마라

두 방울 또르르 흘리며 하는 말

싸우지 마라

너희는 형제다 피가 섞인 형제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떨림도 없다

울림도 없다

 

애써 차려진 밥상머리서

큰 밥그릇 서로 차지하려는

밀고 당기는 교활한 수법만이

기가차고 맥 막혀 기가 막힌다

 

어디서 배웠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그 솜씨 노련하고

그 맵씨 날카로워

옷도 상투도 핏줄도 양심도 베인다

 

아니다

위정자의 밥상은

그 밥에 그 나물인 것을

 

(필자의 그 밥에 그 나물전문)

 

새벽 2시다. 뉴스를 보다말고 한숨을 내쉰다. 대한민국 백성으로써 일본의 경제보복에 분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꿀잠을 자야하는데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가 가슴앓이로 남는다.

 

세계인들은 말한다. 현대의 전쟁은 무역이라고 말이다. 그 무역전쟁에서 고난과 고충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매우 어렵다. 이중, 삼중고가 아니라 다중고를 겪고 있는 한국이다. 실로 분하고 경악스럽지만 어쩔 도리가 없단다. 미국과 우방국에 기대보면서, 세계여론몰이를 기대해 보지만 그것마저도 신통치 않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며 국제법도 힘 있는 나라의 법이다.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의 의견과 주장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힘을 길러야 한다. 그 힘은 오직 단결이다. 한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쳐서 어떠한 외침도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위정자들은 당쟁만 일삼고 있다. 2의 임진왜란이라 할 수 있는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데도 그들의 싸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저 자신들의 영달에만 혈안이 되어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표밭다지기와 표 몰이만을 위한 안일한 행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계기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으나 서로 다른 입장 차를 줄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대통령과 정당 대표들 회동의 결과물이 공동발표에 머무른 것은 자유한국당의 소극적인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한국당의 소극적인 대응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일본의 경제보복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분명히 드러났었다. 외통위는 전날인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에 발의돼 있는 결의안 5건을 하나의 통합 안으로 만들어 상정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이 대통령과 정당 대표 회동 이후 합의 내용을 본 뒤로 의결을 미루자고 주장하면서 최종 의결은 무산됐다.

 

민주당과 바른 미래당 의원들은 한국당이 의도적으로 결의안 의결을 방해했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대일 특사 파견이나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도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것으로는 어떠한 해법도 이루어낼 수 없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사법적 판결과 외교적 해결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당은 일본을 향한 비판보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비판에 더 집중했었다. 한국당은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었다.

 

이처럼 여야의 위정자들의 당정의견은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 다른 당정의견으로 일관했었다. 국가가 경제비상시국에 처했어도 합일점을 찾지 못하는 위정자들의 행보에 구역질이 나오고 분노가 치민다.

 

국민을 섬기고 국정을 위탁받은 위정자들의 행보는 국가의 존폐를 가름한다. 어떠한 방법을 구사해서라도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초당적인 힘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속셈은 따로국밥이다.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서 국난을 헤쳐 나간다 해도 힘들 것인데 따로따로 딴소리를 해대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보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을 당시, 조선의 위정자들의 언행과 행보는 지금과 다를 바 없다. 동인과 서인의 당정싸움으로 수많은 인재들이 목숨을 잃었는가 하면 지역감정을 유발시키는 풍토를 조성했다. 그 이후 4색 당파싸움은 끊일 줄 몰랐고 백성들의 삶은 곤궁에 빠졌다. 게다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겪어야 했던 치부의 조선역사를 남기게 했다.

 

현재의 국제정세도 그 때와 흡사하다. 정신없이 휘도는 위정자들의 언행과 행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초조하기만 하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정자를 원망하는 국민들이 대다수다. 조금이라도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위정자는 없을까? 국가와 국민을 섬기는 위정자는 없을까? 일본의 경제보복과 함께 안개정국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온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