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인섭 화백에게 듣는 정원이야기

여혜승 2019-05-20 (월) 11:51 4년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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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섭 화백/ 오양심 시인 동생>

 

정원과 친하게 된 동기는

전라남도 여천군 율촌면 신산리 신산에서 태어났다. 그때 마을 사람들은 우리 집을 꽃집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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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겨울에 피어난 수선화 꽃>

 

초봄에 피어난 제비꽃, 민들레꽃, 복수초 등을 비롯하여 여름에는, 나팔꽃, 봉숭아, 금낭화가 피었고, 가을에는 분꽃, 쑥부쟁이, 해바라기가 피었고, 겨울에는 수선화, 동백, 매화꽃 등까지 사시사철 꽃들이 줄을 이어서 피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정원을 가꾸는 일은 일상생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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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화사한 양귀비 꽃>

 

인간과 자연은 어떤 대상

인간에게 있어 자연은 생존의 터전이다. 감상의 대상이 되기도 한 내가 가꾼 정원은 개동백나무 담장에 둘러싸인 작은 꽃밭이고, 연못이다. 당나라 현종의 황후이며, 당대 최고 미인이었던 양귀비에게 비길 만큼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지어진 양귀비꽃이, 오월의 자태를 마음껏 드러내놓은 패랭이꽃, 물망초꽃, 물봉선화 등의 야생화 꽃들과 함께 찾아오는 이들을 화사하게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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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으로 유유자적>

 

담장을 따라 돌아가면

정원에는 야생화가 지천에 피어있다. 연못은 돌로 만들어져 있다. 우산처럼 펼쳐진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운치를 더해 준다. 연못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다닌다. 정원은 구석구석에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한꺼번에 툭 열어 보이지 않는다. 애써 감추는 법도 없다. 한 걸음 다가설 때와 몇 걸음 뒤로 물러설 때의 모습이 사뭇 다르다. 무심한 듯 놓인 돌멩이 하나하나에 빗물이 고이고 하늘의 구름이 담긴다.

 

양쪽 길의 면보다 조금 높게 배열해 놓은 징검돌은, 비오는 날에도 다니기 편하게 대략 일정간격으로 놓여 있다. 상당하게 강한 시선으로 들여놓은 큰 징검돌은 탁자로, 작은 징검돌은 의자로 놓여 있다. 이곳에서는 차 한 잔 마시면서 유유자적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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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 풍경>

 

돌담과 꽃담이 말을 건네는 정원

그윽한 찔레향이 번지는 돌담 앞에 서면 꽃들은 일제히 향기를 퍼트린다. 정면으로는 아기자기한 돌담이 보인다. 오른편에는 이제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서로 얼굴을 부비며 재롱을 부린다. 개 두 마리도 꼬리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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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롱 부리는 고양이>

한눈에 모두 담기가 벅차 천천히 음미하며 책의 한 문장처럼 읽어나가야 하는 풍경이다. 집은 백년이 넘은 기와집이다. 지붕위에는 세월의 이끼가 끼어 있다. 돌담과 꽃담과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 시간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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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섭 화백 , 기억속의 들꽃>

 

정원과 함께 또 다른 풍경이 사로잡는 발길

정원은 오밀조밀 잔재미가 있다. 마당을 둘러보고 다시 뒤돌아서서 대문 앞에 서면 들어올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보다 더 높이 하늘로 뻗어나간 감나무가 한 눈에 들어오고, 담장너머의 계곡에는 졸졸졸 물소리가 소담스런 정원의 진수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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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이다>

     

이곳 계곡에서도 정원 못지않게 철따라 다양한 야생화가 무리지어 피어난다. 인위적으로 가꾼 꽃밭이 아니라 저희들 마음대로 피어나는 꽃들이라 자연스런 멋이 풍경을 더해준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이 정원의 또 다른 담장이 되기도 하고, 자연의 절경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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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섭 화백 , 꽃의 전령>

 

화실풍경은

조금 더 여유 있게 멋을 즐기고 싶다면, 담쟁이 넝쿨 밑에 자리한 화실을 엿봐야 한다. 정원의 초록 물결이 창으로 흘러드는 실내에 들어서면, 여러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열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풍경이 실내에 가득 차 있으니, 창문 안이 그림인지 창문 밖이 그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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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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