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수필] 섬마을초등생 손 편지와 전남지사

관리자 2019-04-15 (월) 23:03 5년전 656  

537721f29bcc144985151739d9344b06_1555336947_9007.png
<김용수/ 시인>

섬마을 초등생들의 손편지! 그 온정이 전해지는 순간을 어떻게 표현하고 무엇으로 답해야할지?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가슴은 뭉클했을 것이다.

“언제든 육지로 오 갈수 있는 다리를 놓아 달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여수 섬마을 초등생들의 손 편지가 그렇게도 가슴을 시리게 했었을까? 그렇다. 그 손 편지는 김 지사의 가슴을 울먹일 뿐 아니라 도민들의 마음까지도 출렁였다.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자란 김 지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섬 생활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섬마을의 애로사항은 뒤로 하더라도 육지를 그리워하는 섬사람들의 담담하고 서글픈 사연 등을 몸소 겪었던 한사람이기에 더욱 시렸을 것이다.

30여 년을 거슬러보자. 그 당시, 뭍을 바라보는 섬사람들의 애환이야말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수의 섬사람들은 섬 생활을 접고 섬을 떠난 삶을 동경했었다. 전기불도 없고 전화고 없이 무소식이 희소식인양 문화적으로 캄캄한 세상을 살아야 했다. 아마도 부모형제와 고향을 등지고서라도 육지로 가야만 했던 섬사람들의 심정은 오죽했으랴!

바다로 가로막힌 섬, 한없는 고독과 처절한 외로움으로 싸워야하는 섬마을사람들은 조그마한 문화혜택도 받을 수 없었고 오직 하늘과 바다만 바라보아야 했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육지로만 나가고 싶고 육지로 간다면 출세를 한다고 믿었었다. 

일례로 박치기 왕으로 유명한 김일 선수는 고흥군 거금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날의 섬 생활을 접고 뭍으로 나와 세계를 놀라게 한 레슬링선수가 됐다. 그는 가난에 찌들어 힘들었던 우리나라 60, 70년대의 국민체육인이었다. 주특기인 박치기로 사각의 링을 주름잡았던 전설의 프로레슬러로써 섬사람이었다. 그는 1963년 세계레슬링협회(WWA) 태그 챔피언, 1964년 북아메리카 태그 챔피언, 1965년 극동 헤비급 챔피언, 1966년 도쿄 올 아시아 태그 챔피언, 1967년 WWA 헤비급 챔피언, 1972년 도쿄 인터내셔널 태그 챔피언에 올랐었다.

박치기하나로 전 세계를 휩쓸었던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섬사람들의 가슴을 시리게 했으며  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국위선양을 한 김일 선수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때 김일 선수는 “제 소원은 제 고향 거금도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연인가? 두고두고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오직 섬 고향을 사랑하는 소신을 그대로 반영했었다. 그래서 김일 선수의 뜨거운 순정이 담긴 섬, 거금도는 전기불이 가장 먼저 들어간 섬이 됐다.

또 1966년, ‘섬마을 선생님’이 떠오른다. 이경재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로 지구레코드사에서 나온 앨범이 생각난다. 엘리지 여왕 이미자 씨의 목소리는 지금도 창창하지만 당시의 “섬마을 선생님”을 부를 때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그 노랫말이야말로 섬마을의 정취는 물론 섬마을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했었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온 국민들은 그 노래가 흘러나오면 따라 부르기 일쑤였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 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받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그름도 쫒겨가는 섬마을에
 무엇 하러 왔는가 총각 선생님
 그리움이 별처럼 쌓이는 바닷가에
 시름을 달래 보는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 그립다. 하지만 김영록 지사는 여수 섬마을 초등학생들의 손 편지를 받아든 순간, 그리움보다는 서글픔이 앞섰다. 그리고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하루빨리 다리를 만들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장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8일 전라남도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께 여수 개도의 화정초등학교 학생들이 여섯 통의 손 편지를 김영록 도지사에게 보내왔다고 했다.

편지내용은 “학교 급식이 참 맛있다”는 자랑부터 “개도 막걸리가 유명하다”며 “꼭 와서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들어있었다. 무엇보다도 “섬 주민들이 겪는 불편을 없애 달라”며 “육지와 연결된 다리를 놓아 달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김 지사는 답장을 통해 “저도 섬에서 나고 자라, 섬 주민이 겪는 불편과 간절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개도와 화태도, 개도와 제도, 제도와 백야도를 잇는 다리가 2020년 착공해 2028년 완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김 지사는 “고사리 손으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쓴 편지를 보니 너무 흐뭇했다”며 “글씨는 조금 삐뚤지만 안에 담긴 순박하고 반듯한 마음을 보고 학생들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이나마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고사리 손으로 쓴 섬마을초등생들의 손 편지는 김 지사의 가슴을 시리게 했고 도서벽지의 아픔을 고스라니 전했으며, 온 국민들의 마음을 출렁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