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읽는 평론] 최도열/ 친구

최도열 2019-01-25 (금) 12:27 5년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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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열/ 학창시절 모습이다.

시인. 국가발전정책연구원장이다>

 

우리는 친구다
죽마고우(竹馬故友)이다.
물과 물고기의 관계이다.
눈 감고 지나온 날들을
소처럼 되새김질 해 본다.

참으로 슬픈 일은
미처 숨 돌릴 틈새도 없이
온 몸으로 사랑할 겨를도 없이
우리가 함께 갈 수 없다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일이다.

친구들아!
세상을 이길 장사가 없다더라. 
세월이란 그 놈이 절세미인 양귀비를 찾아가서
불로초를 찾아 헤맨 진시황도 찾아가서
어깨를 툭! 쳤겠지?

우리도 어느새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다 
외롭고 막막할 때 귓속말로 속삭여도
맨 발로 달려와서 등 두드려 달래주는
든든한 친구가 되자.

시인은 1연에서 살아온 날을 회상하고 있다. 친구는 소중하다고 소꿉장난을 같이 하며 함께 자란 어린 시절의 친구는, 수어지교(水魚之交)관계라고 한다. 

2연에서는 인생조로(人生朝露)를 노래하고 있다. 삶은 ‘아침 이슬과 같아서, 덧없고 허무하다’는 것이다. 또한 ‘한 손에 가시 들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고 했더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시조도 있다. 늙음을 극복해보려 했지만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고, 고려의 유학자 역동선생은 <탄로가> 세 수를 세상에 남겨놓고 81세의 일기로 자연이 되었다.

 

3연의 시에서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양귀비는 중국인이다.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고 중독 시키는 아편 꽃에 양귀비란 이름을 붙인 걸 보면, 그녀의 미모는 치명적으로 아름다웠던 것 같다. 진시황도 마찬가지이다. 신선이 산다는 선경(仙境)에 늙지 않는 약초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약초를 찾아 나섰지만 결국은 죽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시인은 고단한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살아 있는 동안, 등 두드려 달래주는 친구가 되자고, 산 경험의 보고이자 지혜의 양식을 가슴 깊숙하게 채워준다.

<오양심/시인, 前건국대 통합논술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