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읽는 평론] 마음이 깨진 사랑/ 이훈우

이훈우 2019-01-16 (수) 09:21 5년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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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우/ 동경한국학교 교감, 한글세계화운동연합 일본 본부장이다>

 

그때 부모님은 봄부터 가을까지 

흙속에 파묻혀 열 명의 자식농사를 지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어머니는 

밤을 하얗게 새워가며 가마니를 짰지만 

아버지는 동네 사랑방에서 아침을 맞았다. 

 

“아부지요!”

“엄마가 아침 무라 카는데요”

“엄마가 진짜 열받았다 안카요”

“엄마 마음이 깨졌다고 안캅니꺼” 

 

엄마 잔소리에 

한계가 온 날이었다. 

 

“너 엄마는 여서 살고 난 안동으로 갈라칸다. 

  너거들은 누 따라 갈래?”

“엄마요”

 

“그라며 내가 여서 살고

  엄마가 안동으로 가면 누구캉 살래?”

“엄마요”

 

아버지는 믿었던 자식들 입에서 

마음이 깨진 말이 나올 줄은 

설마 몰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댓돌위에 앉아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오양심/시인, 前 건국대 통합논술 주임교수>

 

일제 강점기 때 우리 국민은 식량 수탈을 당했다. 6.25 전쟁 후에는 극심한 굶주림 속에서 살았다. 국민들은 봄에서 초여름에 이르는 기간 동안에는 남은 식량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기가 어려웠다. 밤을 새워가며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짜서 팔아도 열 명의 아이들과 함께 의식주를 해결하기가 힘들었다. 

 

그때 어머니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짜서 시장에 내다 팔아서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아버지들은 사랑방에 모여 화투를 즐겼다. 그래서 부부싸움이 잦았다. 

 

이 글에서 아내는 남편에 대한 믿음이 깨진다. 아버지는 아내와 헤어지면 자식들이 자신과 함께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한 자식들도 엄마를 따라가서 산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우여곡절을 겪어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