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읽는 평론] 친구 세월(歲月)아/ 최도열

오양심 2019-01-10 (목) 10:14 5년전 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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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열/ 시인, 국가발전정책연구원장>  

     

좋은 친구, 세월(歲月)은

늘 함께 살아가는 찰떡같은 친구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세월이와 함께

동(東)에서 서(西)로 해는 뜨고 지고

하루가 가고 한 달, 한 해가 간다

세상살이도 마치 강물과 같을까

언제나 변함없이 낮은 방향으로 

 

쉴 줄도 멈출 줄도 모르고 

너는 부지런히 잘만 가는구나!

사랑하는 연인이랑 한번쯤 쉬면서 

차(茶) 한잔 할만도 쉴 만도 한데 

뒤도 안 돌아보고 하루도 쉬지 않고

눈비가 와도 말없이 흘러가는구나.

 

친구들아 세월을 이기러 하지마라

허둥지둥 끌려가는 인생이 아닌 

세월을 읽고, 친구 세월이와 손잡고

시대를 앞서는 선각자로 가보자

세월이와 다 같이 웃는 친구 되어 

인간 사(史)에 멋진 기록을 남기면서 

천천히 웃으며 즐겁게 살아가자.

 

친구 세월(歲月)아 

몇 십 년을 함께 해 왔는데

아직도 내겐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요즈음 너, 걸음이 너무 빠르다

친구 세월아, 난생처음 부탁한다

조금씩 천천히, 잠깐씩 쉬었다 가자.

 

 최도열 시인은 숭실대에서 후학을 기르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이 시(詩)는 세월을 소재로 써내려간 작품이다. 

 

1연에서 시인은 세월을 친구라고 말하며 가는 세월을 아쉬워한다. 남녀노소(男女老少)에 국한하지 않고 오직 사랑을 베풀고 살아왔던 그리고 사랑으로 섬기며 살아가고 있는 시인의 자세처럼, 세월을 아래로 아래로만 흘러가는 강물에 비유한다. 

 

2연에서 시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지런히 가는 세월을 원망한다. 한번쯤은 쉬어가면서 사랑하는 연인이랑 차 한 잔 마실 만도 한데, 하루도 쉬지 않고 하물며 비바람이 불고 눈비가 와도, 말도 없이 성큼성큼 가는 세월을 못내 아쉬워한다. 

 

3연에서 시인은 교복을 입고 함께 학교를 다녔던,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는 이미 황혼에 접어들었으니, 지름길로 가고 있는 세월을 이기려 하지말자고, 가는 세월의 이치에 동의한다. 하지만 남은 세월동안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로 살아가고 싶다고, 인간사에 멋진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고백한다. 

 

4연에서 시인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월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가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잠깐씩 쉬었다 가자고 한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세월의 어찌할 수 없음을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누군가를 위해, 아니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세월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오양심/시인, 前 건국대 통합논술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