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장영순
고모는 23살에 경기 파주시 농촌의 설원리에 사람에게 시집을 갔다. 그래서 할머니는 막내딸을 시집보내고 허전했는지 그 대신 나를 예뻐하셨다.
내가 고모님께 가자면 버스를 몇 번씩 갈아타고 내려서 한 오리쯤을 더 걸어야 했다. 요즘은 자동차가 있으니 가까운 거리지만 그때는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 집 장손에게 시집간 고모는 고된 시집살이로 친정에 발걸음을 자주 못 하셨는데 나랑 친했던 고모는 방학만 하면 "놀러 와라" 하셨다.
본인이 시어른분들 눈치 보느라 잘 못 오시니 내게서 친정 소식이라도 듣고 싶었을까 싶었다. 버스를 타고 곰시에서 내리면 그 앞에 군부대가 있었는데 보초를 서는 앳된 사내들의 눈요깃거리 눈초리를 느끼며 그 샛길로 집 몇 채 지나면 아득한 길과 논, 산, 그리고 개울이 흐르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을에 가게 하나가 있고 작은 다리 건너로 조용한 집 몇 채가 산 밑에 모였는데 그중에서 멋진 기와가 아늑하게 얹힌 큰 대문이 보였다.
옛날부터 양반집이었다더니 역시 달랐다. 큰 대문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면 왼쪽엔 외양간이 있고 10년 되었다는 순한 눈망울의 소가 김이 무럭무럭 나는 여물을 먹고 있었다.
부엌에서 뛰어나온 고모는 반갑게 맞아주며 "어서 방으로 들어가자" 하며 뜨거운 아랫목을 내어주었고 나랑 동갑인 까칠한 시누이랑 놀라며 고구마, 밤을 쪄서 계속 갖다 주셨다. 고모의 시어머니는 사돈처녀 왔다며 반겨주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