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작가, 한글세계화운동연합 대전본부장) 제주 문경훈 시집 작품해설
직관(直觀) 서정성(抒情性)과 휴머니즘(Humanism)삶의 이중주(二重奏)

관리자 2019-01-05 (토) 19:29 5년전 1112  


직관(直觀) 서정성(抒情性)과 휴머니즘(Humanism)삶의 이중주(二重奏)

-문경훈 시집 그대 그리운 집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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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우 영( 작가 /  문학박사)

 

들어가며

 

허리 굽어 나와 마주한 그대는

누구?

내 여린 속살과 향내를 음미하는 그대는

누구?

나를 취해 잠행한 안개 속 그대는

누구?

들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국화

나도 너를 훔친다

너를 범한다

너의 사랑

너의 순결

너의 진실

그리고 네가 버린 낙엽까지도.

- 국화를 훔치다전문

 

   청암(淸岩) 문경훈(文敬勳)2010, ‘한맥문학국화를 훔치다4편으로 신인 작품대상 수상하여 문단에 이름을 올린다.

 

   시인의 이정표를 암시하는 서시(序詩)가 따로 있거나 자신의 작품 중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작이 따로 없는 경우, 등단 작품이 시인의 행적을 예시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작품으로 승부를 해야 하므로 문경훈의 인격이나 사회 위상과는 무관하게 시국화를 훔치다의 상황을 도출하고 시의 내막을 간추려보는 것도 시집 해설을 위한 진면목이다.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운율은 내재율이다. ‘그대는의 반복과, ‘누구?’냐고 묻는 반목적인 질문에서 무엇인가 율동을 가미한 호소력이 연속적인 파장을 그린다. 발설하지 않고는 못 배길 구체적인 내부 상황을 고백하려는 의도가 평자의 관심을 이끌었다.

 

   너의 사랑과 너의 순결, 그리고 너의 진실까지도 훔치고 범하겠다는 지속적인 저지름에서 직설적인 언어 자체가 갖는 육감으로 시의 심층을 한껏 들어내고 있다.

 

   더하여 의인화(擬人化)작법을 통하여 국화만이 지닌 속성을 시로 투영하려는 의지가 대단하다. 시인과 국화라는 인식의 범주를 떠난 몰 자연적인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의지로 서정적인 자아의 개성을 작품마다 배열한다.

 

   결국국화를 훔치다는 국화를 상관매개물로 활용하기에 이른다. 국화라는 살아있는 물체에 훔친다는 관념적인 행위로 두 개의 사물을 결합한 의미가 깃든다. 그리하여 어설픈 기교보다는 직설적인 단어 배열로 특별한 효과를 구하려는 의지 소산이 유별하다.

 

   내공이 쌓이면서 자연에 대한 소회, 제주도 정서 함양, 인생의 깨우침에서 구한 인간성과 목수 시인이 지녀야 할 덕목을 염두에 두고 첫 시집을 상재하였다. 아무튼 시집 그대 그리운 집에서 만나야 할 시인이기에 편파적인 상찬은 금물이다.

1. 가슴이 따뜻한 사람 청암(淸岩) 문경훈(文敬勳)시인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 사는 청암(淸岩) 문경훈(文敬勳)시인을 만난 지는 그리 길지 않다. 우연히 글 동네에서 만났는데 시작품이 소박하고 인정이 넘치는 활달한 성격이 마음에 닿아 자연스럽게 인연이 되었다.

 

   제주도 토박이로 홍미숙 도예작가와 함께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식솔을 거느리며 사는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이자 시인이다. 누구보다도 자신이 태어난 제주도를 사랑하며 글쓰기를 좋아하고, 인연을 중시하는 천성이라서 만날수록 인간미가 넘치는 시인이다.

 

   또한 대인관계가 확실하다. 일을 했다하면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으로 매사가 진취적이며 끊고 맺음이 확실하다. 남자다운 기개가 넘치는 초로의 세월을 제주도 산아와 숲길, 오름에서 시심을 구하는 낭만파 중년의 시인이기도 하다.

 

   청암은 직업이 크레아트(Cre Art)’라는 실내인테리어 설계 감리시공전문회사 대표이다. 문화관광지 제주도에 걸맞은 직업이라는 생각에 성업여부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기후나 건설 현장의 상황에 따라서 본의 아니게 일을 쉬어야 할 때가 있는데 하루라도 놀면 죄 짓는 기분이 들어 습작시를 쓰면서 마음을 위로합니다.”

 

2. 이미지네이션으로 승화된 유니크(Unick)의 시작기법(詩作技法)

 

   청암의 첫 시집그대 그리운 집에는 다랑쉬오름에 뜬 만월처럼 실루엣이 아름다운 문장이다.

대체로 사물이 지닌 속성에서 구한 서정성(抒情性)과 휴머니즘(Humanism)이 가미된 삶의 이중주로 대별된다. 그의 생업을 고백한수평먹줄 인생목수인생의 행간을 더듬어보자.

   어제 내가 정성으로 만든 창문

그녀의 마음도 이제 밝아지겠지

덧문도 필요하다기에 찾아갔더니

늙은 거미가 좌우상하로 먹줄 긋듯

거북이 등껍질 무늬로 그물을 쳤다

그렇게 다듬고 대패질한 수고를

하룻밤 사이에 부정하려고 설쳤구나

그녀와 나를 부정과 부정으로 엮느라고

거미줄에 매달린 이슬방울이 눈물 같아

문득 목수 연장이 녹이 슬었을까 두려운

저 불안한 긍정은 무슨 이유일까?

싱싱한 꽃물 같은

수평 먹줄 눈금 같은

그녀를 향한 맹금류의 눈길 같은.

- 수평먹줄 인생전문

 

   목수의 연장으로 수평먹줄이 있다. 세상의 모든 높이를 재는 해발이 곧 수평이다. 건물이 각도와 높낮이를 제기 위한 수평먹줄로 새로운 집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시에는 청암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건축현장에서도 시심이 깃든 마음과 보다나은 현실을 위한 땀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지면제한으로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