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원]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재정비해주세요. 청와대 답변

김총회 2020-02-15 (토) 07:23 4년전 661  


 

[오코리아뉴스=김총회기자]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의 양형기준을 재정비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은 20191115일 접수되었고, 참여인원은 264,102명이었고, 청와대는 214일 답변했다.

 

청원 내용

 

올해 초, 과거 당했던 성폭력을 고소하게 된 피해자입니다. 가해자는 제게 강간미수에 가까운 성추행을 했습니다. 술을 강권해 저를 만취하게 했고, 집에 가겠다는 저를 붙잡았고, 스킨십이 싫다는 제 맨살을 강제로 만지고, 속옷을 강제로 벗기고, 강제로 제 다리를 벌려 자신의 신체를 비볐습니다. 더불어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성적인 말들을 지속하며 성관계를 강요했습니다.

고소전, 가해자는 자신의 죄를 인정했습니다. 가해자의 자백을 바탕으로 고소를 진행했고 경찰의 기소의견이 있었습니다. 저는 검찰 단계의 형사조정 또한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기소유예'. 어떠한 합의도 없이, 사과 없이, 반성 없이 나온 결과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사안이 중하고, 혐의가 인정되나 '서로 호감이었고, 여자가 뽀뽀했기 때문에'가 모든 범죄의 참작사유라 적혀있었습니다. 심지어 제 진술이 왜곡되어 제가 피해가 가볍다고 말했습니다. '밥한 번 먹은 호감'사이라서, '뽀뽀 한 번'을 해서 가해자의 강간미수에 가까운 범죄가, 강제적으로 성관계하려 했던 모든 범죄가 참작되었습니다.

가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하더니 태도가 180도 바꿔 제 탓을 시작했고, 가해자의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단 한 번의 사과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성폭력을 당한 후 몇 년간이 고통이었습니다. 저는 걱정하실 부모님 생각에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못하지만, 가해자는 가족들을 동원해서까지 '무고한 피해자인 척' 저를 나무랐습니다. 그래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기소의견이 있었고, 가해자의 자백이 있었고, 가해자와의 형사 조정도 거부했으니 작은 처벌이라도 가해자가 받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소유예. 순전히 가해자 중심적인 판결이었습니다. '그러길래 왜 남자랑 술을 먹느냐' '여자가 조심했어야지.' 수사기관의 생각이었습니다.

작년 미투가 시작된 이후 그래도 인식이 조금은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도 가해자의 처벌 가능성을 높게 이야기했고, 사안이 중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식은 그대로였습니다. 결국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여자가 싫다는 건 그냥 튕기는 거지' 이러한 인식이 팽배한 사회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성범죄 처벌은 아직도 가해가 중심적입니다. 성범죄의 성립조건이 '비동의'가 아닌 '항거 불능할 정도로 폭행과 협박'으로 이를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한 가해자에게 감정 이입하는 수사기관들의 인식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호감 사이니까' '뽀뽀했으니까' 그 이상 싫다고 소리를 지르고 반항해도 정상참작. 이게 모두 '여자의 NONO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여자도 좋으면서 튕기는 거 아니야'라는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입니다. 항상 이어졌던, 가해자의 미래만을 걱정했던, 가해자의 입장에 감정 이입했던, 이 모든 인식들이 바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호감이라서 감형' '폭행과 협박이 없어서 무죄' '그 후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아서 감형' 이 모든 가해자 중심적 성범죄 양형기준의 재정비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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